여행 일기/🌊 노르망디

[몽생미셸] 2025 쿠스뇽 댐 위에서 몽생미셸 바라보기

여행하는 박강아름 2025. 4. 4.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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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생미셸은 수없이 많은 사진과 엽서 속에서 이미 본 풍경일지도 모르지만,
저는 여전히 매번 새로워요.
특히 쿠스뇽 댐(le barrage du Couesnon) 위에 서서 바라볼 때는,
그 ‘섬’이 가진 표정이 훨씬 더 또렷하게 다가옵니다.

하늘이 조금 흐린 날에도, 바람이 세게 부는 날에도,
그 자리에 있는 몽생미셸은 묵묵하지만 생생합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출근길에 시간이 조금만 나도, 이 다리 위에 잠깐 서서 그 풍경을 바라보다 갑니다.


이곳은 경계선 위입니다

쿠스뇽 강(le Couesnon)은 오래전부터 부르타뉴(Bretagne)와 노르망디(Normandie)의 경계가 되어왔습니다.
그 경계 한가운데에 몽생미셸이 있죠.

지금은 행정상 노르망디에 속해 있지만,
브르타뉴 사람들은 아직도 이 섬을 ‘우리의 몽’이라 부릅니다.
오래된 브르타뉴 속담엔 이렇게 써 있어요.

“쿠스뇽이 제정신이 아니어서 몽을 노르망디에 두었지만, 언젠가 정신을 차리면 브르타뉴로 되돌려줄 것이다.”
"Le Couesnon, dans sa folie, a mis le Mont en Normandie et le rendra aux Bretons dès qu’il retrouvera la raison."

66년 동안 이 섬은 브르타뉴에 속해 있었고,
그 뒤로 국경선이 바뀌면서 다시 노르망디로 넘어왔습니다.
그 짧은 역사만으로도, 이곳은 늘 경계 위에 존재해온 장소라는 생각이 들어요.

쿠스뇽 다리 위에 서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두 문화 사이에서 천 년 넘게 흔들리지 않고 자리를 지켜온 섬이 보입니다.


자연도, 여전히 이곳을 흐르고 있어요

이 강과 댐 주변은 조용하지만, 생명으로 가득합니다.
밀물과 썰물이 들고 날 때마다, 갯벌의 윤곽이 달라지고
바닷새들이 내려앉아 무리를 짓고,
가끔은 안개 사이로 백로 한 마리가 지나가기도 해요.

쿠스뇽 댐(le barrage du Couesnon)은
단지 풍경 속 구조물이 아니라, 몽생미셸을 다시 ‘섬’으로 되돌리기 위해 만들어진 중요한 수문이에요.
밀물 때 물을 가두었다가 썰물 때 터뜨리듯 강물을 내보내며
섬 주변에 쌓이는 퇴적물을 바다로 흘려보냅니다.

그 덕분에 몽생미셸은
조금씩, 아주 조금씩
다시 바다 위의 섬으로 되돌아가고 있는 중이에요.


봄부터 가을까지, 같은 자리에서

올해는 봄부터 가을까지,
이 다리 위에서 매달 두 세 번씩 몽생미셸을 찍어보려고 해요.
늘 같은 자리에서, 늘 같은 방향으로 바라보지만
날씨, 하늘빛, 바람, 물결, 그날의 기분까지 전부 다르게 남을 것 같아서요.

그리고 어쩌면
그 작은 기록 속에
이 ‘경계 위의 섬’이 가진 시간을 조금은 담아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쿠스뇽 다리 위에서 바라본 몽생미셸.
그건 누군가의 땅이기 이전에,
누구나 멈춰 서서 바라볼 수 있는 풍경이라는 걸,
조용히 전해보려 합니다.


2025년 4월 2일 – 저녁 8시 16분, 바람이 약간 차가웠다.
2025년 4월 9일 – 저녁 8시 34분, 여전히 바람이 약간 차가웠다.
2025년 4월 29일 – 밤 9시 37분, 바람이 따뜻했다. 온전한 봄.
2025년 5월 2일 – 밤 9시 31분, 일교차가 심하다. 쌀쌀한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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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 
Canon G7 X Mark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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