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 일기/🏙️ 낭테르

2025년 1월: 걷기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여행하는 박강아름 2025. 1. 13. 02:35
반응형

1. 걸을 결심
* 러닝을 위한 복장과 준비물
2. 낭테르의 앙드레 말로 공원
* ChatGPT의 2025년 1월 11일 러닝 분석
3. 달릴 결심


1. 걸을 결심

최근 2년 동안 내 몸이 약해지고 있다는 걸 자주 느꼈다. 자주 아팠고, 늘 피곤했다. 그 끝엔 무섭고 불안한 감정이 있었다. 그래서 작년 여름, 나는 결심했다. ‘집 앞 공원을 왔다 갔다 하자.’ 하지만 단 7번의 외출 만에 멈추고 말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러닝화 없이 스니커즈를 신고 걸은 첫날, 발바닥과 발목이 아파서였다. 이튿날 아마존 프랑스에서 비교적 저렴한 러닝화를 주문했지만, 막상 도착하니 날씨가 차가워졌다. 프랑스의 겨울은 비가 자주 내려 습하다. 나는 피곤하고 추운 게 세상에서 제일 다. 결국 작년 8월부터 10월까지 나이키 런 클럽 앱에 기록된 건 단 8번의 러닝, 총 9.82km, 2시간 59분 1초가 전부였다. 사실 러닝이라기보다 95%는 빨리 걷기였고, 나머지 5%만 겨우 달렸다.

나는 지금도 달리기를 하지 못하는 몸이다. 하지만 2025년을 맞이하며 다시 결심한다. 이번엔 먼저 걷는 것부터 시작하자. 그리고 이 글을 시리즈로 써나가기로 결심했다. 언젠가 달릴 수 있는 그날을 꿈꾸며, 달리기와 글쓰기를 함께할 수 있도록.

8년 전, 나는 프랑스에서 임신과 출산을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학생 신분으로 8년째 살아가고 있다. 학업, 영화 작업, 여러 아르바이트가 뒤섞인 마구잡이식 생활을 하다 보니, 늘 마감 시간에 쫓기며 살고 있다. 수면은 항상 부족하고, 외로움 같은 감정은 먹는 것으로 해소하곤 한다. 타국에서 배고픔을 느낀다는 것은 내 몸이 지금 이곳을 재앙으로 느낀다는 뜻이다. 그래서 재앙이 닥치기 전에 어서 먹어 배부름을 느껴야 한다. 말하지 못한 나의 마음들은 쌀밥과 된장국, 빵과 파스타로 적셔서 녹여야 한다. 시간은 잠을 줄여 마련해야 했기 때문에 자주 밤을 새웠다.

그러다 재작년에 큰 사고가 났다. 그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상태였다. 동생 결혼식 차 한국에 다녀오던 길, 여섯 살 딸과 함께 헬싱키를 경유해 자정 무렵 파리에 도착했따. 샤를드골 공항에서 짐을 기다리며 졸던 중, 무거운 알루미늄 카트가 내 오른손 위로 떨어졌다. 순식간에 살이 보라색으로 변하며 부풀어 올랐다. 손가락 두 개가 골절되었다. 사고 후 2년이 지났찌만, 손가락은 여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펜을 잡고 종이에 글을 쓰는 것은 쉽지 않다. 펜을 잡으면 깊은 우울감이 침습한다.

손가락이 골절됐던 당시 나는 석사 1학년 1학기 말에 있었다. 논문 50장을 써야 하는 마감일이 두 달 뒤에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논문은커녕 수업 과제들만 겨우 제출했다. 진통제를 먹으며 여행 가이드 출근을 이어갔다. 논문 쓰기는 최우선 작업이 되지 못했고, 늘 다음 순서로 밀려났다. 그 뒤로 2년 동안 월세와 생활비를 벌며 학교에 적을 두고 있었지만, 논문은 시작조차 못 했다. 그 결과 1학년 유급을 두 번이나 하게 되었다. 그동안 우울감, 피곤함, 불안감, 허기짐, 종종의 외로움은 나의 친구였다.

작년 가을, 내 아이는 여덟 살이 되었다. 부쩍 자란 아이의 몸무게는 약 20kg고, 신기하게도 그만큼 나의 몸무게도 늘었다. 8년 동안 20kg을 꾸준히 찌운 나의 오늘 몸무게는 82.1kg. 이 숫자를 보면 내가 대견하기도 하다. 타국에서 죽지 않고 살아준 내 몸의 현재 수치이기도 하니까. 옥신각신 많이 싸웠지만, 결국은 화해하고 또 화해하며 살고 있는 남편과 프랑스에서 단둘이 아이를 키우며 살아온 내 몸의 현재.

2024년 12월, 논문 목차를 새로 쓰고 지도교수님의 허락을 받았다. 마음에 안도가 스며들자 운동과 프랑스어 공부를 하루의 시작으로 두고 싶었다. 내가 늘 시도했지만, 늘 실패했던 두 가지다.

2025년 1월 11일 오전 11시, 나는 집 앞 공원으로 겨우 나섰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이틀 전에 샀던 복장 비용 때문이었다. 돈이 아까워서라도 일어나야 했다.


< 러닝을 위한 복장과 준비물 >

러닝을 위한 복장과 준비물

 
1. 캡 모자 : Casquette de baseball brodée avec des crevettes (새우 자수 야구 모자) / 색상: Bleu Marine
옹플뢰르의 편집숍에서 이 캡 모자를 18유로에 구입했다. 바로 검색 후에 테무에서 무료 배송에 4,96 €에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잘 쓰고 다닌다. 다만, 운동 시에는 조금 무거운 감이 없지 않다. 한 달 후에도 같은 마음이라면, 러닝 전용 캡 모자를 장만해야지.
옹플뢰르 편집숍 : 18
테무 : 4,96 

2.  헤어 밴드 : KIPRUN Bandeau running Homme Femme (러닝 다용도 헤드밴드) / 색상: Black
데카트론 매장에서 산 헤어 핸드. 가볍고 좋다.
데카트론 프랑스 : 5
데카트론 코리아 : 7,900원

3. 티셔츠 : KIPRUN TEE SHIRT RUNNING MANCHES LONGUES FEMME RESPIRANT SKINCARE / 색상: Light Bleu / 사이즈: L
입어보고 깜짝 놀랐다. 촉감이 너무 좋고 가벼워서. 확실히 면 티셔츠 입고 걷는 것과 러닝 전용 티셔츠를 입고 걷는 것은 다르다. 밀착과 가벼움! 이 옷 입고 나가니까 내 몸이 세상과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랄까. 
데카트론 프랑스 : 25 €

데카트론 코리아 : 없음.

4. 바람막이 : KALENJI Veste coupe-vent de running Femme - Run 100 Wind (여성 러닝 바람막이 윈드 자켓 런 100) / 색상 : Black / 사이즈: 2XL
이 바람막이는 디자인까지 마음에 들어서 평상시에도 입을 것 같다. 기능성과 디자인 모두 만족한다.
데카트론 프랑스 : 20 €

데카트론 코리아 : 28,000원 (현재 환율로는 한국이 더 저렴하다)

5. 힙색 : NIKE Slim Waistpack 3.0 (슬림 웨이스팩 3.0)
작년 처음 집에서 나갔을 때는 물통을 넣은 Jan Sport 책가방에 등에 매고 나갔었다. 등에는 책가방, 손에는 아이폰. 그런데 주변을 보니, 모두들 허리나 팔뚝에 뭔가를 달고 있더라. 검색을 열심히 해서 나는 이 힙색을 샀다. 허리에 두르고 아이폰 넣으니 딱이다. 그런데 말이다. 뱃살이 풍성한 나는 이 힙색을 매니 자꾸 티셔츠가 위에 올라간다. 그렇지만 괜찮다. 바람막이가 가려주니까. 
나이키 프랑스 : 24,99 €

6. 레깅스 : KALENJI Legging de running chaud femme - Run 100 Warm (여성 러닝 보온 레깅스 런 100) / 색상 : Black / 사이즈: 2XL, W39 L31
이번에 산 복장 중에 티셔츠와 함께 제일 만족도가 높은 것이 레깅스다. 걷고 뛰기 좋게 해준다. 확실히 헐렁한 면 추리닝을 입고 뛰면 춥고 덥고가 반복되었었다. 뛰면 덥다가 바로 땀이 식으니 또 춥고. 가격도 참 합리적이어서 몇 장 사서 일상복으로도 입을까 싶다.
데카트론 프랑스 : 18 €

데카트론 코리아 : 24,900원 (현재 환율로는 한국이 더 저렴하다)

7. 양말 : KIPRUN Chaussettes de running run 100 x 3 (러닝 단목 양말 3켤레 런 100) / 색상 : Black / 사이즈: 35/38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운동할 때 양말도 참 중요하다. 늘어난 면양말을 신고 걸었더니, 자꾸 양말이 뒤로 밀렸는데, 좋다. 그런데 사이즈가 내게 좀 자다. 나중에는 한 치수 더 큰 걸로 사야겠다.
데카트론 프랑스 : 4 €

데카트론 코리아 : 5,900원 (현재 환율로는 한국이 더 저렴하다)

8. 러닝화 : ADIDAS Femme Galaxy 7 Running Shoes Chaussures Basses Non liées au Football / 색상 : Black / 사이즈: 40 EU
질이 별로다. 고작 두 번 신었는데, 바깥의 천이 일부 찢어졌다. 평생 10만원 넘은 운동화를 신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운동화에 대한 후기를 잘 쓸 수는 없다. 발볼이 넓고 발이 두꺼운 나에게 나쁘지 않은 러닝화다.
아마존 프랑스 : 38,50 €

9. 헤드폰 : JBL Tune 710BT
공원을 둘러보니 나처럼 헤드폰을 쓰고 뛰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이 운동을 위해 복장비를 쓰는 것도 내겐 큰 부담이었던 터라 추가로 비용을 쓰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평소 쓰는 헤드폰을 쓰고 걸었다. 어차피 땀을 뻘뻘 흘릴만큼 뛸 자신도 없어서 헤드폰도 괜찮다. 역시 평생 10만원 넘는 헤드폰을 사본 적이 없기 때문에 헤드폰에 대해 잘 모른다. 첫날은 온통 뉴진스 음악을 듣고 걸었고, 행복했다.
아마존 프랑스 : 38,98 €

총 비용 : 192,47 €


2. 낭테르의 앙드레 말로 공원

전전날 밤을 꼬박 새우고, 이튿날 오전 6시에 출근해 어제는 밤 11시가 넘어서야 퇴근했다. 가이드 근무로 25,000보를 걸은 탓에 온몸이 뻐근했고, 월경 3일째라 몸은 평소 보다 더 무거웠다. 그래도 오늘은 시작하기로 결심한 날이다. 오전 11시 반, 겨우 침대에서 일어나 이틀 전에 산 러닝복을 입고 집을 나섰다.

앙드레 말로 공원까지는 집에서 10분 거리다. 왔다 갔다만 해도 20분이 걸리니, 집을 나서기만 해도 이미 20분 운동이 보장되는 셈이다.

라 데팡스와 낭테르 경시청 역 사이에 자리 잡은 앙드레 말로 공원은 1960년대 문화부 장관 앙드레 말로의 이름을 딴 곳이라고 한다. 조경가 자크 스가드(Jacques Sgard)가 설계한 이 공원은 1971년에 공사를 시작하기 전까지 황무지와 석고 채석장이 있던 자리였다. 호수를 중심으로 한쪽에는 어린이 놀이터가, 반대편에는 반려견을 위한 '개 공원'이 있다. 도심 곳곳에 이런 공원이 있는 것은 프랑스의 큰 장점이고 나에게는 감사함이다. 호주머니가 가벼운 외국인도 이렇게 나와 운동할 결심을 실천할 수 있으니까.

걸었다. 걷다가 방금 지나친 사람이 다시 보이면 반가워서 그 사람을 따라 안 가본 길로 접어들기도 했다.

뉴진스의 음악을 반복 재생하며 걸었다. "Hype Boy"와 "Attention"의 하이라이트 부분이 나올 때는 달리지 않을 수 없어서 달렸다. 하지만 그래 봐야 30초도 안됐다. 달릴 수 없는 나의 몸.

중간에 아이폰을 허리춤에서 꺼내 사진도 찍었다. 호수 근처 풀밭에서 열심히 뭔가를 먹고 있는 새를 찍어 검색해 보니, '캐나다 거위'라고 했다. "네가 거위였구나. 몰랐어. 무슨 큰 오리 즘으로 생각했어." 스무 살에 히치콕의 <새>를 본 이후로 새에 대한 공포가 있었지만, 노르망디에서 2년 동안 여행 가이드로 일하며 그 공포가 완전히 사라졌다. 갈매기를 가까이서 자주 본 덕분이다. 사람과 가까이 지내는 이 생명체들의 몸짓과 표정에서 감정과 이야기를 느꼈으니까.

그렇게 오늘 약 1시간을 걸었다. 총 5.53km.

1시간 동안 걸은 이야기를 1시간 넘게 시간을 들여 일기로 썼다. 이럴 시간에 차라리 잠을 자거나 논문을 써야 하는 것 아닌가 자책도 했지만, 이렇게라도 내 일상을 회복하고 싶다.


낭테르의 앙드레 말로 공원
낭테르의 앙드레 말로 공원
낭테르의 앙드레 말로 공원, 캐나다 거위
낭테르의 앙드레 말로 공원, 캐나다 거위
낭테르의 앙드레 말로 공원, 캐나다 거위
낭테르의 앙드레 말로 공원, 캐나다 거위

📍앙드레 말로 공원 (Parc André Malraux)
39 Av. Pablo Picasso, 92000 Nanterre, France


<ChatGPT의 2025년 1월 11일 러닝 분석 >

1. 평균 페이스 (Pace)

  • 정의: 1km를 걷는 데 걸리는 시간(분/킬로미터).
  • 분석: 낮을수록 걷기 속도가 빠르다는 의미입니다. 예: 11'08"/km라면, 1km를 걷는 데 약 11분 8초가 걸렸다는 뜻입니다.
  • 기준:
    • 느린 걷기: 12분/km 이상
    • 보통 걷기: 9~12분/km. ==> 나는 보통 걷기에 해당함.
    • 빠른 걷기: 7~9분/km
    • 매우 빠른 걷기: 7분/km 이하
  • 평균 페이스는 걷기 초보자에게 적합하며, 천천히 운동 습관을 기르는 데 이상적입니다.
  • 구간별 속도: 지도에서 색상으로 표시된 경로는 속도 변화를 나타냅니다.
    • 녹색 구간: 빠르게 걷는 구간.
    • 노란/빨간 구간: 속도가 느려진 구간. ==> 노랗고 빨간 구간이 매우 많음.

2. 케이던스 (Cadence)

  • 정의: 분당 걸음 수(Steps Per Minute, SPM).
  • 분석:
    • 케이던스는 걷기 속도와 관련이 높습니다.
    • 보통 분당 100~120보는 보통 걷기, 120~140보는 빠른 걷기, 140보 이상은 매우 빠른 걷기입니다.
  • 기준:
    • 느린 걷기: 90~110 SPM
    • 보통 걷기: 110~130 SPM ==> 나는 보통 걷기에 해당함.
    • 빠른 걷기: 130~150 SPM
    • 매우 빠른 걷기: 150 SPM 이상

3. 추천 사항

  1. 거리와 페이스 유지: 5km 이상 걷는 것이 좋은 시작입니다. 익숙해지면 페이스를 조금씩 높여 보세요(10분/km 이하 목표).
  2. 심박수 측정: 심박수 기록을 추가하면 효율적인 지방 연소와 체력 강화 목표를 설정하기 좋습니다.
  3. 구간 분석: 느려진 구간의 이유를 확인하고, 일정한 페이스를 유지하려는 노력을 하면 체력 개선에 더 효과적일 것입니다.
  4. 스트레칭: 걷기 전후 스트레칭으로 근육 피로를 줄여주세요.

2025년 1월 11일 러닝 분석 (앱: Nike Run Club)
2025년 1월 11일 러닝 분석 (앱: Nike Run Club)
2025년 1월 11일 러닝 기록 (앱: Nike Run Club)


3. 달릴 결심

 
걷기 운동, 지금으로선 일주일에 세 번이 목표다. 집에서 나가면 20분의 마법이 펼쳐진다는 것을 기억하자. 캐나다 거위를 만나고, 뉴진스의 음악을 들으며 발걸음을 옮기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을 나 스스로에게 계속 상기시키고 싶다.

매일매일 지속하는 것의 위대함을 몸소 느끼고 싶다. 지금은 30초조차 달리기 힘든 몸이지만, 일주일에 세 번을 꾸준히 이어가며 결국엔 매일 달리게 될 날을 꿈꾼다. 2년 후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을 것이다.

 

서머셋 몸은 "어떤 면도의 방법에도 철학이 있다"라고 쓰고 있다. 아무리 하찮은 일이라도 매일매일 계속하고 있으면, 거기에 뭔가 관조와 같은 것이 우러난다는 말이라고 생각된다. 나도 몸의 주장에 진심으로 찬성하고 싶다. 

- 무라카미 하루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임홍빈 옮김, 문학사상, 2009, p.7.
반응형